드라코는 문을 열었습니다. 여느 때 처럼 지독하고 끔찍한 내음이 그를 먼저 반깁니다.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시간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으면 가끔은 혼절해버리기도 합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배설물 때문이죠.

태생이 더러운 녀석들은, 드라코와 기준을 달리합니다.

평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양날의 검 입니다. 드라코처럼 청결적 우월함에 도취될 수도 있고, 다수가 정해 놓은 선에 수긍하여 자기 자신을 끝없이 자조 할 수도 있죠. 후자의 경우엔 보통 다수에 자신을 맞춥니다.

마치 이런 거죠. 이런 세상이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 같이 못생겼지요. (당신도 포함입니다) 그런데 딱 한 명만 기적적인 외모를 소유했네요. 불결함 속에 태어난 이 불쌍한 이는 자신의 외모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인지하지 못 합니다. 보이는 게 못생긴 사람들 뿐이니까요.

하지만 못생긴 사람들은 잘생긴 이를 볼 수 있죠. 그는 특별합니다. 특별하기에 위험합니다.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을 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쿠바라는 종족이 딱 그 꼴입니다. 누가 더 더럽게 지내는지 대해 경쟁하는가 싶기도 하죠. 약간이라도 깔끔 떠는 자가 등장하면 온 몸에 배설물을 더덕더덕 붙여줍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우정이죠. 먼 과거 지구에 살았던 포유류라는 종이라네요. 드라코는 배설물들을 치우며 그들을 흘겨봅니다.

결국 지독하고 끔찍하다라는 느끼는 것은 드라코가 청결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그것을 제 3의 눈이라 부르죠. 드라코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참은 채 612호에서 빠져 나옵니다.

껍질을 깨고 나오는 파이라토스 같은 모양샙니다. 초록 점액질과 껍질 같은 걸로 가득하죠. 껍질, 아쿠바의 표피에서 벗겨진 굳어버린 피부 각질 입니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 같군요. 드라코는 이를 묵묵히 떼어낼 뿐 입니다. 누굴 탓할까요. 청소는 그의 일인 걸요.

그래도 이 공포의 방을 지나면 일이 급격하게 수월해집니다. 오히려 짜증 내는 건 613호 손님들이죠. 그들은 지나치게 깔끔합니다. 드라코는 억울합니다. 이 방에서 그의 이미지는 아쿠바보다 못할 겁니다. 신도 무심하시지. 우주선에서 가장 더러운 종족과 깨끗한 종족을 한 데 묶어놓다니요.

좋게 생각합시다. 길게 나있는 방을 가로지르면 됩니다. 나서기 전 정중한 인사는 잊지 말아야 하죠. 안 그래도 없는 평판 더 이상 깎일 순 없잖아요?

이쯤되면 다들 눈치 채셨겠군요. 왠지 직선의 구조를 가진 것처럼 보이시겠죠. 네, 맞습니다. 선형적 구조입니다. 시작과 끝이 이어진 원형 테두리이죠. 과학자 친구에게 들으니 끝없이 회전 해야한다 하더군요. 둘은 많이 닮았습니다. 드라코의 일일도 회전이죠.

6층의 긴 원반형 스테이션엔 다양한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고위 문명을 가진 존재도 있고,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생존하는 아메바같은 종족도 있죠. 아, 아메바라는 표현을 어떻게 아시냐 물으신다면, 드라코의 지적수준이 무시할 정도가 아니라는 걸 지적하고 싶네요.

613호를 지나면 휴식 시간이 찾아옵니다. 역으로 도는 동료를 마주하는 지점이죠. 딱 절반 지점이란 의미입니다. 드라코는 가급적이면 가까이 붙지 않는 게 좋다고 의사를 보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는 동료는 알겠다는 표현을 코를 막음으로써 전달합니다. 다행입니다. 실간(室間)에는 간이 샤워장이 존재합니다. 오랜기간 투쟁하여 얻어낸 복지 시설이죠. 투쟁을 위해 몇 명이 희생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몸에 붙은 오물이 우주공간으로 시원하게 배출됩니다. 우주선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왼쪽으로 돕니다. 우주선이 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이죠. 그럼 오물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까요? 설마 왼쪽이라 답하진 않겠죠? 그래요, 맞습니다. 왼쪽으로 날아가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오물의 입장에선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거지요. 자, 제 3의 눈을 길러봅시다.

강풍을 이용한 샤워를 마치면 적당한 타이밍에 선내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하루의 반나절을 정리하는 토막 뉴스 같은 방송이죠. 사실, 흥미가 가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의 생활 터전인 6층 소식은 별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거의 알람시계와 같은 느낌입니다. 방송이 조금 늦게 나오는 날은 일이 그만큼 일찍 끝났다는 반증이지요.

[주의하십쇼. 곧 태양풍 지역을 지날 예정입니다.]

몸이 깨끗해지니 마음도 깨끗해집니다. 오늘은 심지어 독특한 향이군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제야 제대로 동료 눈을 마주합니다. 그는 아살리옴 항성계에서 온 친구 입니다. 어리지만 부지런하죠. 다리가 세 개인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고향에 아리따운 신부가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미적 기준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면 피곤해집니다. 예전부터 미(美)라는 것은 개인의 가치로 치환되었죠. 그런데 요즘의 트렌드는 다른가 봅니다.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업홍보지에 획일적으로 그려진 암컷 외계인을 보고있자 하면 속이 꿀렁거립니다. 동료 부인이 저리 생겼다는 데, 뭐 믿어야지요.

이제 614호로 갑니다. 어이쿠 우주선이 덜컹거리는 군요. 익숙한 흔들림입니다. 물론, 진동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수뇌부에게 직통으로 항의할만 하지요. 다행이에요. 그런 종족은 한참 전에 지나쳤거든요. 웃겨요. 아스라한 유리통에 후손을 담아기르는 종족이 어디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우주 공간에서요. 조금만 건드려도 성질내는 분들이라 청소할 때 아주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장인의 스킬을 요하죠.

드라코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합니다. 614호 손님들은 아주 신사적입니다. 드라코가 털 한 움큼을 미쳐 치우지 않아도 별 말 없는 좋은 분들이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드라코는 스스로를 타박합니다. 좋은 분들은 좋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세상에나, 심지어 팁까지 주십니다. 초록색 금속이네요. 쉼터에서 오일주스 한 모금 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말했잖아요. 612호만 지나면 일이 수월해 진다니까요.

그렇게 615, 616호도 지나칩니다. 동료가 정말 깨끗하게 해놔서 딱히 건들 게 없더군요. 아살리옴 항성계에 대한 이미지가 상승했습니다.

자, 이제 문제의 617호 군요.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트로바이첸 삼중성계에서 온 룰루가 동생 랄라를 향해 웃습니다. 묘사하기 어렵군요. 이들은 거대한 쥐를 닮았습니다. 아! 완전히 쥐와 같다는 말이 아닙니다. 뭐랄까요, 느낌을 빌려온 듯 합니다. 길게 나온 코끝이 그 느낌을 강조하는 군요. 그리고 콧수염도요.

격정적인 붉은 빛으로 차오르는 617호의 풍경은 대단합니다. 이곳은 여러 종족이 모여 있는 특이한 곳입니다. 비유하자면 우주선 속 숨겨진 아메리칸 드림 같은 곳이죠. 아냐, 라스베가스라고 할까요? 조심해야 합니다. 손과 입을 잘못 놀리다간 글룸바 사기단 처럼 될테니까요.

우주선은 직진합니다. 직진하다보면 과거에 지나쳤던 곳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하죠. 우주가 둥근게 아니라면요. 그래서 우주 공간에 진공상태로 얼러져 버린 글룸바 사기단은 자연스럽게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만의 명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룰루는 그 점을 아쉬워합니다.

무슨 짓을 했기에 우주선에서 쫓겨났냐구요? 그들은 617호의 비밀을 훔치려 했습니다. 비밀이 뭐냐구요? 그걸 말해주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죠.

랄라는 동생의 등을 쿡쿡 찌릅니다. 저 멍청한 바보를 보라면서요. 그녀가 가리키는 곳엔 드라코가 있군요. 불쌍한 드라코. 필요 이상으로 멸시 당하는 군요. 우주선 청소부라는 직업이 거쳐야한 수모죠. 특히 이 617호에선 말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재화가 100이라면 이곳에는 약 1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 존재합니다. 과장이 심하다구요? 죄송해요. 거짓말 조금 섞어봤어요. 3e-13 퍼센트라고 하면 멋없잖아요? 우주가 얼마나 큰데요. 그래도 엄청난 가치가 실시간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순간에도 룰루는 두둑해지는 계좌를 만족스럽게 바라봅니다.

“카르페시아 한잔 부탁해.” “누님은 너무 소박하셔요. 여 안에 모두에게 한 잔씩 돌려도 남겠구만.” “멍청한 동생아. 잘 생각하렴. 돈이라는 것은 네 손 위에 굴러 다니는 게 아니란다.”

카르페시오 성단의 붉고 초록빛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혀진 카르페시아의 가격은 붉은칩 3개입니다. 네, 드라코의 연봉보다 살짝 많죠.

드라코는 이 시기를 젤 두려워합니다. 액체들이 쟁반과 유리잔 위에서 빙빙 돌아다닐 때죠. 저 중 하나라도 바닥에 떨어지면 그날은 완전 초비상입니다. 왜냐구요? 617호는 바닥까지도 누군가에게 소유권이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죠. 아, 물론 보상의 책임은 웨이터에 있겠죠. 드라코가 책임지는 것은 그 뒤처리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자기 몸 값보다 비싼 물건을 마른 행주로 닦는다고. 약간만 스쳐도 스크래치가 났을까 걱정하게 된다니까요?

불안한 점은 또 있습니다. 귀빈들께서 흘리는 저 사소한 음식 부스러기들이죠. 여기엔 아이러니함이 있습니다. 청소부라면 응당 저기 떨어진 더러운 것을 치워야합니다. 그러나 치우기 위해선 무언가에 열중해하는 귀빈에게 실례 해야겠죠. 돈이 많은 사람들은 방해받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방관하고 있으면 그것도 문제가 됩니다. 그들은 청결 유지를 위해 매년 엄청난 금액을 우주선 소유자에게 지불합니다. 그리고 그 돈의 일부로 드라코가 먹고 살죠.

“주위 사람들이 누님보고 옹졸하다 캅니다.” “웃겨. 옹졸한 게 어때서 그러니? 그리고 돈을 아껴 쓰는 것은 옹졸한 게 아니라 알뜰한 거란다. 너처럼 이리 쓰고, 저리 쓰고 해보렴. 돌아보면 남는 게 없어.” “에이, 제가 언제 이리 쓰고 저리 썼습니까. 저야말로 필요한 순간에 돈을 팍팍 쓸 줄 아는 호자(好子) 그 자체죠.” “호구겠지. 어젯밤에 로칸 녀석들에게 헛돈 날린 건 그새 까먹었나보네.” “그, 그건!”

드라코가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룰루와 랄라는 그가 다가왔다는 걸 상상도 못하고 있군요. 알았다면 꽤나 불쾌해 했을 겁니다. 랄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드라코는 최대한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괜히 엮여봤자 좋을 게 없거든요. 그래서 몸통에 연결된 팔을 길게 늘려 문제의 부스러기로 향합니다. 다행입니다. 아주 조용히 쓰레기를 흡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 누님께서 알로칸에게 이중 계약을 시도 했었으니까 그렇죠! 아시잖아요. 알로칸하고 로칸 둘 사이 아주 끔찍 한 거.” “둘은 똑같이 생겨가지고 왜이리 으르렁 거리는 지 모르겠어. 그 친구들 고향이 어디였더라? 아, 그래 태양계의 지구였잖아. 아직도 기억나네. 첫 만남 때 우리보고 쥐 닮았다고 했지?” “아아, 그랬죠. 그러면서, 뭐였더라. 자기네들은 늑대니까 우리보다 더 위대한 존재라 했었죠. 처음엔 뭔소리인지 몰라서 하하 웃었죠.” “맞아, 그게 뭔지 알아야 맞장구를 치지.” “이후로 만날 때마다 하도 그 지랄을 해대서 늑대와 쥐가 뭔지 궁금해 찾아봤었잖아요. 근데, 그게 진짜 어이가 없었죠. 내 그때 유전자 조작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유전자 조작? 성형 수술 같은 건가? 하긴, 꼭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녀석들이 종족 우월감이 강하다니까.” “우월감이 아니라 열등감이죠.”

룰루는 그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확연한 차이를 구별할 정도로 이 대화에 관심이 있진 않았습니다. 알로칸, 로칸 두 종족 이야기가 나온 것은 결국 하나의 사실을 지적하기 위함이었죠. 동생의 낭비성에 대해 말이죠.

하지만 랄라는 한 동안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나눴습니다. 그 사이에 드라코는 주위를 여러 번 오고갈 수 있었죠. 다른 호실보다 좀 더 오래 있는 것 같다구요? 정확합니다. 617호는 조금 특별한 곳입니다. 그와 그의 동료가 꽤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하는 곳이죠. 경로의 절반이 613호와 614호 중간에 있음을 기억해봅시다. 간단한 수학을 하면 우주선의 6층에는 꼭 26개의 방이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지요. 틀렸습니다. 6층의 마지막 방은 바로 617호 입니다.

“그나저나, 우매한 동생아. 자 봐봐, 이젠 우린 부자야.”

드라코가 흘깃 두 남매 곁을 지나며 푸르스름한 홀로그램창을 쳐다봅니다. 휴, 위험한 시도 였어요. 자칫하면 눈이 마주칠 수도 있었군요. 홀로그램창엔 우주에서 사용되는 각종 언어가 적혀 있네요. 여러분이 알만 한 언어는 화성(火星)어 정도 되겠군요. 무엇이 적혀있는 걸까요? 살짝 본다고 이해할 수준의 내용은 아니군요. 부자가 되었다는 말로 추측하건데 우주 주식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을까요.

우주 주식은 도박입니다. 경제학자 파루 아카텐에 따르면 투자대상의 상태가 불명확하다는 점에 있지요. 불명확의 이유는 거리에 있습니다. 한 은하 안에 두 회사 알파와 베타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중 알파라는 회사는 투자자로 부터 은하 지름만큼 아주 멀리 있어요. 다른 하나 베타는 코 앞이구요. 아, 놀라지 말아요. 코앞이라해도 1파섹 정도는 떨어져 있답니다. 두 회사는 비슷한 퍼포먼스를 뽐냅니다. 통계상으로 그랬죠. 그래서 익명의 투자자는 가까운 회사 베타의 데이터를 활용해 알파의 투자를 결정합니다.

우주에 대해 잘 이해하는 분들은 이 행위가 얼마나 우스운지 알고 있을 겁니다. 정보가 이동하는 속도 때문이죠. 단순 계산을 해봅시다. 투자자의 구매 의지가 알파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만해도 몇 만년 이상은 걸립니다. 그러나 룰루와 같은 캬타툰 족의 평균 수명은 30년 언저리네요. 다시 말하면 룰루는 본인 종족이 몇 세대 정도 거칠지도 모르는 미래를 향해 투자를 하는 것이죠. 이게 도박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아, 물론 요즘은 정보 중계 센터가 정신을 차려 저 정도로 막장은 아닙니다. 중계 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구요? 시간 흐름을 고려한 주식 환전소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센터를 통해 투자자들은 우주의 지멋대로인 시간 흐름을 보정한 주식의 배당금을 할당 받죠.

가령 이런 거에요. 감마라는 누군가가 옆집 아이에게 50만개의 붉은칩을 투자합니다. 옆집 아이라는 것은 감마의 눈에 들어왔을 때의 기준이죠. 말은 옆집 아이지만 하이퍼 서페이스 상에선 이미 죽고, 뼈는 풍화되어 우주를 떠도는 상태일 겁니다. 위에서 언급한 주식 투자 방법을 이용한다면, 그 누군가는 우주 먼지가 된 옆집 아이를 위해 50만개의 붉은칩을 투자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정보 중계 센터를 이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아이는 이미 인생의 한 사이클 마친 상태입니다. 이 아이는 나이를 먹고 스테루오 항성계 쪽에서 무기 사업을 해 엄청난 수익을 벌었군요. 축하합니다. 적당한 결과를 만들고 우주에 기억 되었습니다. 감마는 대박을 건졌군요. 그는 아이가 커서 만든 결과를 기반으로 투자금을 회수합니다. 어떤가요? 먼 과거, 원시 행성에서 유행하던 주식 시장과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어려운가요? 쉽게 생각해보아요.

똑똑한 분이 묻는군요. 이미 결과가 정해졌는데 그럼 투자금은 누구에게 쓰이냐구요? 주식의 묘미는 실시간 요동치는 심리 변동인데 이런게 무슨 의미가 있냐구요? 글쎄요, 다들 이미 만족하는 시스템이네요. 사실 디테일은 악마에 있습니다. 악마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들은 경제학 공부를 추천드립니다. 오호, 관심이 생긴다고요? 파루 아카텐이 어떻게 자살했는 지에 대해선 말을 아껴야겠군요.

중계 센터는 우주에 만연합니다. 그리고 안전합니다. 법적으로 보장받는 주식시장 같은 경우엔 말이죠. 그러나 룰루와 랄라는 원시적인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중계 센터는 재미가 없습니다. 구조상으로 큰 금액이 왔다갔다 할 수가 없죠. (안전을 위해섭니다.) 그리고 룰루와 랄라는 직관적인 걸 좋아합니다. 617호에는 거친 삶을 살아온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큰 돈을 얻을 수만 있다면 과정에 뭐가 있든 상관없는 분들이죠.

우리의 친구 드라코가 곁을 지나자 카르페시아 추가 주문이 들어갑니다. 드라코는 이런 이야기하고는 영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죠. 웨이터가 조심스럽게 잔을 옮기네요. 이번엔 랄라를 위한 것 입니다. 그런데 룰루가 돈을 냈군요. 좋은 누나입니다.

옹졸함을 극복할 정도로 돈을 정말 많이 번 것 같긴 하군요.


글룸바 사기단은 전설로 기억됩니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면요. 드라코는 기억합니다. 드라코의 나이는 꽤나 많습니다. 글룸바 사기단의 일원 빨간코 글룸바는 일생일대의 대어를 낚을 뻔 했습니다. 대상은 우주선에 탑승했던 정보 중계 센터의 수장이었죠. 수장의 이름은 라르센이었습니다.

라르센은 아베오스에서 열리는 28만 번째 경제 회의 포럼에 참여하러 가던 참 이었습니다. 승객들 붙잡고 사기 행위 일삼던 글룸바 녀석들에겐 둘도 없는 좋은 기회였죠. 그들은 뻔히 보이는 얕은 수를 써가며 라르센에게 접근했습니다. 라르센이 머물고 있던 장소가 바로 이 617호 였습니다. 왜 하필 질 나쁜 6층 티켓을 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직책에 비해 꽤나 검소한 사람이었지요. 글룸바 사기단은 그와 말을 트기 위해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글룸바 사기단 중 가장 멍청하다고 알려진 빨간코 글룸바가 유일하게 그리고 우연히 그와 절친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들어보면 아주 사소한 계기입니다. 라르센은 우주선에서 기르는 버섯에 알러지가 있었죠. 어느 날 저녁식사 메뉴로 버섯 요리가 나오자 기겁한 그에게 메뉴 변경의 기회를 준 것이 빨간코였습니다. 퍄슈라트라는 맛좋은 녀석들로 요리한 먹음직스러운 메뉴였죠. 6개월 이라는 긴 시간을 여행해야 했던 라르센은 빨간코를 좋은 말동무로 생각했습니다. 어투에 저급함이 담겨 있긴하나 말하는 내용들이 재밌었거든요.

주로 대화를 이끄는 것은 빨간코였습니다. 누군가를 속여 돈을 뜯어내려면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해야합니다. 신뢰를 구축하는 제 일의 방법은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거지요. 그런데 어느 날은 라르센이 먼저 화두를 꺼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그 때 아마 역대급으로 강한 태양풍이 불었을 때일 겁니다.

“선생은 돈을 참 좋아하시는 군요.” “당연하지요. 사나이는 돈에 살고 돈에 죽지 않겠습니까?” “음, 따로 재테크 하시는 건 없으시구요.” “재테크가 뭐지요? 저는 멍청해서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돈을 불리는 거죠. 가령 우주 주식 같은 것 말입니다. 들어본 적 없나요?” “은행은 압니다. 벌어놓은 돈은 모두 거기에 집어넣어 놓습니다.”

저 붉은칩은 아침에 열린 도박판에서 딴 상금들이었죠. 낄낄거리며 붉은칩을 세고 있던 빨간코를 향해 라르센은 탄식의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정보 중계 센터장은 근 며칠 중 가장 늙어보였습니다.

“그대가 현명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요? 무슨 걱정 있으십니까.” “제가 일하는 곳에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 때문이었죠. 아니 사실 제 탓이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형씨가 어디서 일한다고 하셨지요?” “돈을 다루는 곳 이지요.” “은행이군요.”

라르센에게는 빨간코의 말을 정정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빨간코에게 달린 8개의 흐물거리는 다리를 무심코 쳐다보며 말을 잇습니다.

“망할 놈의 태양풍입니다. 저것 때문에 잠시 온 전산 시스템이 마비가 되어버렸죠. 무려 5분 가까이 말입니다!” “마비되면 안되는 겁니까? 제게 재밌는 경험이 있어요. 루트바란코타츠란 매음굴 가보셨나요? 그곳에 가면 손님들에게 마취 주사를 놓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 움직임을 취할 수 없어요. 단, 감각은 몇 배 민감해지죠.” “5분 동안 형성된 손실이 얼마인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맘 같아선 당장 우주선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은 걸요.” “5분이면 극락을 맛볼 수 있죠. 솔직하게 말하면, 저도 이용 경험이 있습니다. 어허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형씨. 루트바란코타츠엔 법이 존재하지 않아요. 저는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닙니다.” “우주선 주위 얼마까진 얕은 진공막이 존재하죠. 그거 알고 계셨습니까? 맨 몸으로 나가도 압력 차에 의한 폭발을 경험하지 않아요.” “폭발적인 쾌락. 확실히 삶의 원동력이죠. 아베오스로 가신다 하셨죠? 루트바란코타츠도 거기서 별로 멀지 않아요.” “예, 아베오스로 갑니다. 기다리고 있을 질문 세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골이 깨지네요.” “크하하, 그거 웃긴 표현이네요. 골이 깨진다. 보다시피 우린 골이 없거든요.”

그래요, 솔직히 말하죠. 이런 대화 흐름이 평소 둘의 모습이었습니다. 라르센은 피곤해하는 눈으로 빨간코를 쳐다봤습니다. 눈이 세 개 달린 글룸바들은 꼭 항상 중앙에 있는 눈을 대화 상대에 고정시켜 놓죠. 나머지 두 개는 지나가는 웨이트리스를 훔쳐보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객실 인원을 살핍니다.

“차라리 잃어버렸다고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규칙에 분명히 적혀 있어요. 분실시에는 전후 5년간 모든 거래를 중단시킨다. 5년 정도면 이번 사태를 수습할 기간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5년, 5년이면 제 고모가 다시 태어나실 시간이군요. 지금 고향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십니다. 고향은 아주 습하거든요. 재생성을 하기엔 적절한 공간이죠.” “좋은 생각이겠죠? 직결 보상에는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거에요. 어느 쪽은 거래가 활발했고, 어느쪽은 거래 시스템에 아예 접근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비슷하게, 시스템 롤백도 좋은 해결방법이 되지 못하죠. 그래요. 차라리 이걸 잃어버리는 게 낫겠어요. 완전 동결이 유일한 해결법이에요. 고마워요. 덕분에 생각이 깨끗해지네요.”

빨간코는 머쓱해합니다. 그는 라르센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그나마 생각한 거라곤, 라르센 손에 들린 푸른색의 칩이 새로 유통될 화폐인가 정도네요. 그래도 본인 덕에 머리가 정리 되었다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기분 좋아진 빨간코는 드라코를 불러 쟈코비안 한 잔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라르센이 대신 지불하네요. 푸른색 칩을 사용해서요.


일하는 건 즐겁습니다. 드라코에겐 일이 아니라 유흥 시간과 비슷하죠. 새로운 대상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아 그래도 612호 손님들은 빨리 내렸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모두가 잠든 시간엔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창밖에 난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드라코정도 되면 익숙함, 지겨움을 떠나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새롭지가 않거든요. 우주는 이리도 드넓은데 항상 보이는 건 검은 바탕에 규칙이라곤 모를 패턴으로 박혀있는 밝은 점들 뿐입니다. 밤 시간동안 전원을 내리는 방법도 있겠지만요. 선호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예전에 한 번 전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던 기억 때문이죠. 가급적이면 배터리가 떨어질 때까진 켜진 상태로 지내는 그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유로운 시간동안 과거를 추억합니다. 몸통을 열어 푸른칩을 꺼내보이죠. 칩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전기가 흐르는 듯 합니다. 드라코는 이를 보며,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빨간코는 죽은 생명체입니다. 여정이 끝나갈 무렵 라르센이 그에게 절도죄를 뒤집어 씌웠거든요. 라르센이 지니고 있어야할 아주 중요한 물건을 그가 훔쳤다는 겁니다. 그 사건은 글룸바 사기단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훔쳤다는 그 물건이 정보 중계 센터를 컨트롤하는 마스터키였거든요.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런 물건이라면 전 우주의 부가 제 손 안에 있을 거라면서요. 하지만 빨간코는 우주선 밖으로 퇴출 되기 전까지 그가 왜 죽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씁쓸한 이야기지요?

검소하지만 영특한 할배였죠. 라츄피코 족들이 모두들 그러하듯 말이죠. 라르센은 알고 있었습니다. 한낱 청소 기계는 그 물건을 사용할 줄 모를 거란 걸요. 라르센의 길동무는 빨간코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친구 드라코도 늙은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죠. 특히 지금과 같은 밤 시간에요.

라르센은 드라코에게 우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저 멀리 빛나는 하나의 점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살아 있는지 말해주었죠. 드라코는 느꼈습니다. 우주 신비를 이해한 자의 감격이었죠. 그이는 강조했습니다. 제 3의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해서요. 보는 것을 그대로 보면 안된다는 가르침입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 작은 점이라도 가까이서 보면 격렬한 에너지 흐름이 되지요. 비선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요. 그 가르침은 우주선 한낱 청소 기계 드라코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홀로그램을 통해 보는 우주의 진면목은 속살을 까보인 하슈라의 알몸처럼 아름다웠습니다. 하슈라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마십시오. 드라코의 소중한 그녀입니다. 상호간의 예의는 지켜봅시다.

“제게 주신 이 파란칩도 생명인가요?”

라르센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런 말과 함께요.

“소중히 여겨야 한단다. 생명은 중요하거든. 단 하나라도 하찮게 여기면 안 돼.”

라르센은 그를 기억할까요? 드라코는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푸른칩을 버리지 못하는 거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의 말엔 어폐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다는데, 그럼 라르센에게 빨간코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별 의미없는 중얼거림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주의하십쇼. 곧 태양풍 지역을 지날 예정입니다.]

경보가 자주 울리네요. 역대급 우주선(宇宙線)이라더니 참말인가 봅니다. 드라코가 긴장합니다. 전류가 흐르는 몸은 격렬한 장(場)의 변화를 맞이하면 꽤나 맛이 가버린답니다. 그래서 그는 오랜만에 휴가를 신청했습니다. 산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무려 유급 휴가입니다.

그가 머무는 장소는 617호 오른편에 있는 작은 창고입니다. 창고는 감시초소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 신분 상승을 노리는 철없는 아이들이 겁도 없이 5층으로 올라가려 하거든요. 유급 휴가를 받았으니 봉사정돈 할 수 있겠죠.

617호에는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주 주식으로 수십억 개 정도의 붉은칩을 벌었다는 룰루랄라 남매가 주관한 것이죠. 도박치곤 벌어들인 금액이 많군요. 실로 엄청난 수완입니다. 어쩌면 신에게 선택 받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족마다 미적 감각이 다르듯, 쾌락을 즐기는 유형도 다릅니다. 파티의 주인공 남매 같은 경우는 독한 음료수를 즐기는 편입니다. 정신적 향락에 약한 편이죠. 다른 분들은 어떨까요? 성(性)에 관대한 문화를 가진 종족은 남녀가 서로 엉켜있습니다. 가끔 종족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기도 하군요. 그들의 공통점은 감각에 민감하다는 거겠죠. 불쌍한 글룸바. 죽기 직전 마지막 소원을 떠올리면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파티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퓨리오 왜소은하 출신의 스나츠리오들이 대표적이죠. 저들은 태생이 학자입니다. 그들은 흥분해있네요. 역대급일 거라는 태양풍을 기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태양풍이 접근했습니다. 선내 이용객들은 객실로 돌아가 안전규칙을 준수해 주시길 바랍니다.]

선내가 소란스러워집니다. 601호부터 617호까지 뜨거운 반응입니다. 그래요! 수백년에 한 번 볼 수 있다는 절경이 찾아옵니다. 사실 오랜 경험에 따르면, 태양풍을 느낄 수 있는 건 선체 주위를 감싸기 시작하는 보랏빛, 초록빛 오묘한 일렁임 때문이죠. 그리고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건 교란되는 전자기장에 흔들리는 기체 뿐일 겁니다. 룰루랄라 남매는 그 일렁임을 불꽃놀이 쯤으로 생각하는 듯 하군요. 파티의 절정에 자리한 코스입니다. 다가올 재앙의 그림자는 상상도 못하고 있네요.

드라코는 감흥이 없습니다. 여러번 봐온 풍경이기 때문이죠. 대신 색다른 재미를 찾았습니다. 불꽃을 튀기며 반응하는 자신의 푸른칩을 보는 재미입니다. 이 정도로 격렬히 반응하던 때가 있었던가요? 글쎄요. 라르센이 오래전 경험했던 그 때 이후로 아마 처음이 아닐지요.

갑자기 617호에서 찢어질 듯한 괴성이 튀어 나옵니다. 누군가의 비명소리 같네요. 주인공은 룰루입니다. 드라코는 호기심에 617호로 향합니다. 치울 게 있다면 치워야하는 게 그의 역할이니까요. 휴가라도 해야할 일은 해야지요. 그가 아니면 누가 치운답니까?

태양풍은 근 스물 두 시간동안 유지되었습니다. 역대급이긴 합니다. 최장기간이에요. 617호엔 적막이 감돌고 있습니다. 룰루랄라 남매를 위로해주세요. 수십억 개 붉은 칩이 단숨에 수천개의 가치로 줄었다네요.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래서 도박은 하는 게 아닙니다.

랄라는 침을 삼키며 그의 누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생쥐 코 같은게 미묘하게 떨리는군요. 걱정하고 있습니다. 벌어놓은 금액을 아직 환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값이 내려갈 찰나에 빠르게 매도 주문을 넣어봤지만 원시적인 주식 시스템이 완전히 먹통입니다. 접속은 되지만 거래가 안되고 있어요. 이미 우주 커뮤니티 대문짝에도 관련 주제가 속속 올라오고 있네요. 몇몇 지역에서는 거래가 완전히 막혔다고 합니다. 심지어 누군 전산 오류로 가지고 있는 금액이 모두 날아가버렸죠. 글쎄요 갑자기 왜이러는 걸까요?

그 이유를 드라코는 알고 있을지도요. 푸른칩이 몹시 뜨겁군요. 이렇게 강한 태양풍이었으니 원시 주식 시장이 살아남는 게 이상한 일이죠.

617호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드라코가 임무를 다하고 폐기 될 때까지 홀로 마음 속에 간직한,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해주지 않은 비밀이요. 푸른칩은 룰루랄라 남매를 절망에 빠트렸지요. 그리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은 우주선의 또다른 전설을 낳았습니다. 사건 사고에 매니악한 일부는 617호에 빨간코의 저주가 씌였다고 말하지요. 돈에 대한 집착이 만든 저주 말예요.

하지만 비밀이란 건 실상 까놓고 보면 별 것 아닐 때가 많지요. 마치 제 3의 눈 처럼 말이에요. 이제는 비밀이 뭔지 눈치 채셨지요? 바로 이 뜨거운 푸른칩이요. 조심하세요, 이것도 살아있는 생명체 입니다. 의도치 않게 여러사람 골로 가게 한 전과 23범의 무시무시한 녀석이라구요. 어허, 큰소리를 내면 모두가 돌아보잖아요. 쉿, 조용히 있어주세요. 이제 이건 우리들 만의 비밀이니까요.

-끝-